피스 네트워크, 이제는 오라클을 넘어 글로벌 가격 레이어 인프라로

Index
I. 서론: 오라클 후발주자에서 글로벌 가격 데이터 인프라로
1.1 누적 2,000개 가격 피드를 돌파한 압도적 성장세
1.2 치열한 오라클 경쟁에서 피스가 1위가 된 이유
1.3 피스의 성공 스토리 분석과 관점
1.4 오라클을 넘어 글로벌 가격 레이어로
II. 피스가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전략적 선택들
2.1 중개업체 대신 직접 연결하는 방식 채택
2.2 데이터 확보 전쟁에서 판을 바꾼 결정적 한 수
2.3 모든 참여자가 Win-Win하는 생태계 설계
2.4 오라클을 넘어 500억 달러 데이터 시장으로의 도약
III. 기술 우위를 시장 지배력으로 바꾼 실행력
3.1 풀(Pull) 오라클 아키텍처 선택의 전략적 의미
3.2 멀티체인 시대를 예견한 인프라 표준 확보
3.3 400ms 업데이트로 만든 독보적 영역
IV. 시장 위기 속에서 보여준 피스의 신뢰성
4.1 루나 사태: 피스는 계속 작동, 경쟁사는 서비스 중단
4.2 deUSD 디페그 사건에서 보여준 위기 대응력
4.3 시장 혼란이 가져다준 신뢰와 점유율 확대
V. 생태계가 스스로 커지는 선순환 구조
5.1 데이터 제공자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효과
5.2 2,000개 이상의 가격 피드가 만든 높은 전환 장벽
5.3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어려운 규모의 경제
VI. 미래 시장을 먼저 선점한 포지셔닝
6.1 디파이부터 전통 금융 데이터 시장까지, 단계적 시장 확장 전략
6.2 블록체인 시장 변화를 미리 내다본 전략적 타이밍
6.3 500억 달러 데이터 산업에서 글로벌 가격 레이어로 자리잡기
Ⅶ. 결론
I. 서론: 오라클 후발주자에서 글로벌 가격 데이터 인프라로
1.1 누적 2,000개 가격 피드를 돌파한 압도적 성장세
2025년은 피스 네트워크에게 역사적인 전환점이 된 해였다. 불과 8개월 만에 1,700개의 새로운 가격 피드를 추가하며 총 2,000개 이상을 달성했다. 여기서 피드란 BTC/USD(비트코인 달러 가격)나 AAPL(애플 주식 가격)처럼 특정 자산의 실시간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 스트림을 말한다.

피드의 폭발적인 증가는 단순한 양적 성장을 넘어선 질적 도약을 의미한다. 암호화폐에 국한되었던 기존 커버리지가 S&P 500 구성 종목들과 NASDAQ 100 구성 종목들에 대한 가격 피드, 600개 이상의 미국 주식, 그리고 블랙록이나 뱅가드가 운용하는 100개 이상의 글로벌 ETF 등 전통 금융 자산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피스가 '디파이용 오라클'에서 '전 세계 모든 자산 클래스를 다루는 포괄적 금융 데이터 인프라'로 진화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같은 성장은 피스의 뛰어난 확장성 덕분에 가능했다. 새로운 피드 하나가 추가되면 100개 이상의 블록체인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어 디파이 생태계 전반에 해당 자산에 대한 접근성이 확장된다. 이는 새로운 L1/L2 토큰을 출시하는 블록체인들에게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편, 126개 이상의 1차 데이터 제공업체로 구성된 피스의 대규모 퍼블리셔 네트워크는 새로운 가격 피드를 신속하게 생성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 개별 가격 피드는 최대 32개의 퍼블리셔가 지원하며, 무엇보다 중앙화된 승인 과정 없이 시장 수요에 따라 무허가(permissionless) 방식으로 피드가 추가될 수 있다는 점이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
1.2 치열한 오라클 경쟁에서 피스가 1위가 된 이유
오라클 시장은 2017년부터 체인링크가 선점한 이래 밴드 프로토콜, API3 등 여러 프로젝트가 경쟁하는 치열한 레드오션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2021년에 데뷔한 피스가 단기간에 시장 리더로 부상한 것은 정말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피스의 시장 지배력은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디파이 프로토콜의 60% 이상이 피스의 가격 데이터를 사용하며, 이는 단순한 점유율을 넘어 생태계 표준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주피터, 오일러, 신세틱스, 블루핀, 파라덱스, 오더리, 드리프트와 같은 메이저 프로토콜들의 선택이 이를 증명한다. 또한 월간 거래량에서 가장 가까운 경쟁자보다 200억 달러 이상 앞서 있는데, 이는 더 큰 규모의 거래들이 피스 데이터를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100개 이상 블록체인에서 동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현재 피스만이 달성한 독보적인 성과로, 이는 단순한 기술적 우위를 넘어선 전략적 해자를 구축한 것이다. 이러한 리더십의 근간에는 기존 오라클과 차별화된 데이터 품질에 대한 집중이 있었다.
1.3 피스 성공 스토리 분석과 관점
피스의 성공을 "기술이 좋아서" 또는 "운이 좋아서"라고 설명하는 것은 본질을 놓치는 일이다. 그 이면에는 명확한 이유가 존재하며, 본 문서는 피스가 어떻게 오라클 시장의 후발주자에서 리더로 도약했고, 그 성공이 왜 지속 가능한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분석은 다음과 같은 핵심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 전략적 선택 분석: 왜 피스는 남들이 가는 쉬운 길(제3자 API 활용) 대신, 거래소나 마켓메이커로부터 직접 데이터를 받는 어려운 길을 택했는가? 또한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정교하게 조율하여 윈-윈 구조를 만들었는가?
· 시장 타이밍 분석: 멀티체인 시대의 도래와 기관 투자자의 시장 진입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어떻게 정확히 예측하고 기회로 만들었는가?
· 경쟁 우위 지속성 분석: 피스가 구축한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의 경제가 어떻게 경쟁자들의 추격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적 장벽이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1.4 오라클을 넘어 글로벌 가격 레이어로
피스의 가장 놀라운 성과는 단순히 '더 나은 오라클'이 된 것이 아니라, 마치 넷플릭스가 DVD 대여 서비스에서 시작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바꾼 것처럼, 아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 피스는 디파이용 오라클에서 시작해 이제 글로벌 금융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의 가장 명확한 증거는 주요 기관들의 선택이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베이스 인터내셔널 거래소가 자사의 영구선물 거래를 위해 피스를 채택했다는 사실이 대표적이다. 거래소에서 가격 데이터의 오류는 즉시 고객의 자산 손실로 이어지기에, 이는 피스의 데이터 품질에 대한 최고 수준의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상무부는 피스와의 협력을 통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게시하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부 기관까지도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 인프라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사실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피스의 데이터가 코인베이스 같은 기관에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면, 우리는 피스를 여전히 '디파이 오라클'이라고만 불러야 할까? 답은 '아니오'다. 피스는 미국 주식을 넘어 한국의 코스피 100대 종목, 프랑스의 CAC40 구성 종목, 독일의 DAX30 구성 종목에 대한 가격 피드까지 출시하며 진정한 글로벌 금융 데이터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피스는 이제 '블록체인을 활용한 차세대 금융 데이터 인프라'로 이해해야 한다.

위와 같은 관점의 전환은 피스의 시장 규모와 경쟁 구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 경쟁 상대는 더 이상 체인링크 같은 오라클이 아니라 블룸버그(Bloomberg), 리피니티브(Refinitiv) 같은 연간 5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금융 데이터 제공업체들이다. 피스는 이들이 제공할 수 없었던 가치, 즉 개방성, 투명성, 합리적인 사용량 기반 가격 정책, 프로그래밍 가능성을 무기로 이 거대한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피스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전 세계 모든 자산의 가격을, 모든 블록체인과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기관에서 투명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실시간 제공하는 '글로벌 가격 레이어(Global Price Layer)'가 되는 것이다. 이는 소수가 독점하던 고품질 금융 데이터가 전 세계 개발자, 거래자, 기관, AI 에이전트에게 민주적으로 제공되는 세상의 시작을 의미한다.
II. 피스가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전략적 선택들
2.1 중개업체 대신 직접 연결하는 방식 채택
오라클 시장에서 피스가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데이터 소싱 방식에서 경쟁자들과 완전히 다른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차이가 아닌, 비즈니스 철학의 근본적인 차이였다.
체인링크를 비롯한 기존 오라클들은 "인터넷에 공개된 데이터를 수집해 블록체인으로 가져온다"는 접근법을 사용했다. 야후 파이낸스, 코인게코 같은 제3자 API에서 데이터를 가져와 노드 운영자들이 검증하고 온체인으로 전달하는 구조였다.

겉보기에는 합리적이지만, 이 방식에는 치명적인 문제들이 내재되어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 품질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이 없다는 점이었고 , 더 심각한 것은 데이터 제공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많은 금융 데이터 제공업체들은 유료 구독자에게만 데이터를 판매하는데, 오라클이 이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올리면 누구나 무료로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자신들의 사업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피스는 이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데이터가 실제로 만들어지는 현장에서 직접 가져오자"는 새로운 철학을 택한 것이다. 실제 시장 가격은 거래소, 마켓메이커, 트레이딩 회사들이 호가를 제시하고 거래하며 형성된다. 피스는 바로 이 1차 데이터 제공자들(제인 스트리트, 버투, 점프 트레이딩, LMAX, OKX 등 업계 최고 기관들)과 직접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의 장점은 명확했다:
· 품질: 실제 거래 현장의 데이터이므로 가장 정확하고 최신 정보
· 속도: 중개 과정이 없어 400밀리초 또는 그보다 빠른 주기로 업데이트가 가능
· 신뢰도: 단순 가격뿐만 아니라, 해당 가격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지를 나타내는 '신뢰도 구간'까지 제공
가장 중요한 차이는 경제적 구조에 있었다. 기존 방식과 달리, 피스의 모델에서는 데이터 제공업체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 수익을 얻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되었다.

이 차이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비유는 '냅스터·소리바다 vs 스포티파이' 다. 냅스터는 해외에서, 소리바다는 한국에서 아티스트에게 보상하지 않고 음악을 유통하다가 결국 소송과 업계의 저항으로 문을 닫았다. 이는 데이터의 원작자를 존중하지 않았던 기존 오라클의 모델과 유사하다.
반면 스포티파이는 아티스트와 직접 계약하여 정당한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합법적이고 지속 가능한 음악 생태계를 만들었다. 피스 역시 데이터 제작자(퍼블리셔)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는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데이터 경제를 창조한 것이다.
2.2 데이터 확보 전쟁에서 판을 바꾼 결정적 한 수
오라클 시장의 진짜 승부처는 기술이 아닌 데이터 소스 확보다. 피스가 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남들과 다른 차원의 게임을 했기 때문이다.
제인 스트리트나 버투 같은 대형 트레이딩 회사들은 자신들의 거래 데이터를 극도의 보안 속에 관리한다. 이 데이터는 그들의 경쟁력 원천 그 자체다. 이런 회사들에게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공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미션'에 가까웠다.
피스가 이 미션을 성공시킨 비결은 게임의 룰을 바꾼 혁신적 제안에 있었다. 단순히 "데이터를 달라"고 요청하는 대신, "함께 새로운 시장을 만들자" 고 제안한 것이다. 거래소나 트레이딩 회사가 기존 비즈니스(거래 수수료, 매매 차익) 외에, 자신들이 이미 보유한 데이터를 직접 판매하여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기회를 제시했다. 더 나아가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함께 만들어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자"는 거대한 비전을 공유했다.
또한, 초기에 몇몇 핵심 파트너를 확보한 후 그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다른 업체들을 설득하는 퍼스트무버 어드밴티지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한 대형 기관의 참여 소식은 기회를 놓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금융 업계의 특성상 다른 기관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강력한 '사회적 증거'가 되었다.
현재 피스가 126개 이상의 1차 데이터 제공업체를 확보한 상황에서 경쟁사들이 이를 따라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 파트너사들의 기회비용, 그리고 수년간 쌓아온 신뢰성 때문에 새로운 오라클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피스의 데이터 소스 확보 전략은 단순한 경쟁 우위를 넘어 거의 뚫을 수 없는 해자가 되었다.
2.3 모든 참여자가 Win-Win하는 생태계 설계
피스 성공의 또 다른 핵심은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그룹을 모두 만족시키는 정교한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이는 경제학과 게임 이론의 영역에 가깝다.
기존 오라클은 데이터 제공자는 손해를 보고 데이터를 전달하는 노드 운영자만 돈을 버는 인센티브 불균형 문제가 있었다. 피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참여자가 가치를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 균형 잡힌 다면 시장(Multi-sided Market)을 설계했다.
· 데이터 제공자 (퍼블리셔): 이들은 단순 공급업체가 아닌 '네트워크 파트너'로 대우받는다. 데이터 제공에 대한 수수료를 직접 받고, PYTH 토큰을 통해 네트워크 성장의 혜택을 공유하며, 피스 생태계를 통해 새로운 고객층에 브랜드를 노출하는 마케팅 기회까지 얻는다.
· 스테이커와 네트워크 보안: 피스가 도입한 가장 혁신적인 메커니즘은 오라클 무결성 스테이킹(Oracle Integrity Staking, OIS) 이다. 이는 블록체인의 지분증명(Proof of Stake) 방식과 유사한 원리로 작동한다. 토큰 보유자들은 특정 데이터 제공자에게 자신의 PYTH 토큰을 스테이킹한다. 만약 해당 제공자가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면 보상을 받지만, 잘못된 데이터를 제공하면 스테이킹한 토큰의 일부가 삭감(슬래싱)된다. 자신의 자본이 담보로 잡히는 구조는 스테이커들이 자발적으로 데이터 제공자들을 감시하고 평가하게 만들어, 네트워크 전체의 데이터 품질과 보안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킨다
· 개발자와 사용자: 개발자들에게는 '사용하기 쉬운 시스템'이라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풀 모델을 통해 필요할 때만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와, 하나의 API로 데이터를 받아 100개 이상의 블록체인에서 활용할 수 있는 편의성은 개발의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개발자들이 만든 프로토콜이 성공하여 거래량이 늘면 피스의 데이터 사용량과 수수료가 함께 늘어나고, 이 수수료는 피스 DAO로 유입되어 모든 참여자의 보상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완성된다.

이처럼 모든 참여자의 이익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잡한 인센티브 구조는 경쟁사가 쉽게 모방할 수 없다. 기술은 복제할 수 있지만, 수년간에 걸쳐 형성된 신뢰 기반의 네트워크와 그 안에서 작동하는 경제 시스템은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피스의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의 핵심이다.
2.4 오라클을 넘어 500억 달러 데이터 시장으로의 도약
위에서 설명한 전략적 선택들은 피스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새로운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2024년 코인베이스 인터내셔널 거래소나 미국 상무부 같은 주요 기관들이 피스를 채택하기 시작하면서, 피스는 더 이상 '디파이용 오라클'이라는 틀에 갇혀 있지 않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이 깨달음은 피스의 시장 정의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만들었다. 피스의 데이터가 세계 최대 거래소의 핵심 시스템에서 사용될 만큼 정확하다면, 이는 더 이상 수십억 달러 규모의 틈새 오라클 시장이 아닌, 연간 5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금융 데이터 산업의 정당한 경쟁자가 된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피스의 진짜 경쟁자는 이제 블룸버그나 리피니티브 같은 전통의 거인들이다. 기존 금융 데이터 산업은 연간 수만 달러에 달하는 구독료, 복잡한 계약, 느린 혁신 속도, 불투명한 데이터 검증 과정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피스는 이러한 문제들을 정면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모델, 즉 개방성, 투명성, 빠른 혁신 속도를 제시했다.
특히 피스의 등장은 AI 시대의 도래와 맞물려 절묘한 타이밍을 만들어냈다. 기존 데이터 제공업체들의 시스템이 인간 사용자의 수동 조회를 전제로 설계된 반면, 피스는 처음부터 프로그래밍 가능한 API, 실시간 데이터 스트림 등 AI 에이전트들이 필요로 하는 특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SendAI, ElizaOS 같은 AI 에이전트 플랫폼들이 피스와 통합을 시작한 것은, 피스가 미래의 데이터 소비 주체에게 완벽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피스는 자신의 전략적 성공을 바탕으로 더 큰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깨닫고,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어가고 있다.
III. 기술 우위를 시장 지배력으로 바꾼 실행력
3.1 풀(Pull) 오라클 아키텍처 선택의 전략적 의미
피스가 기술적으로 경쟁자들을 압도할 수 있었던 핵심은 풀(Pull) 오라클 아키텍처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선택을 넘어, 전체 시장의 구조와 비용 모델을 바꿔버린 위대한 전략적 결정이었다.
기존 오라클들이 사용하던 푸시(Push) 모델은 신문 배달과 같다. 정해진 시간 간격(예: 30분~1시간)이나 가격 변동률(예: 1%)에 따라, 사용자의 필요와 무관하게 오라클이 자동으로 온체인에 가격을 기록(Push)한다. 이 방식은 사용자가 언제든 최신 가격을 조회할 수 있어 편리해 보이지만, 치명적인 단점을 가졌다.

가장 큰 문제는 가스비였다. 매번 업데이트마다 가스비를 지불해야 했고, 특히 이더리움에서는 한 번 업데이트에 수십 달러가 들기도 했다. 이로 인해 오라클 운영자들은 업데이트 빈도를 30분이나 1시간 간격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장은 실시간에 가까운 데이터 업데이트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여기서 근본적인 딜레마가 발생했다. 오라클 운영자는 비용 절감을 위해 가능한 한 적게 업데이트하고 싶어하지만, 사용자들은 가능한 한 자주 업데이트되길 원했던 것이다. 지원하는 피드와 블록체인이 늘어날수록 가스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경제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구조가 되었다.
피스가 선택한 풀 모델은 도서관 시스템과 같다. 사용자가 정보가 필요할 때 직접 가서(Pull) 최신 정보를 가져오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가격 정보가 실제로 사용되는 트랜잭션이 발생할 때만 사용자가 오프체인에서 최신 가격 데이터를 가져와 온체인으로 업데이트한다.
이 방식의 혁신적인 부분은 바로 비용 효율성이다. 실제로 가격이 사용될 때만 가스비를 지불하므로 전체 비용이 대폭 줄어들었다. 덕분에 피스는 새로운 블록체인이나 가격 피드를 추가할 때 거의 추가적인 운영 비용 없이 확장할 수 있었고, 현재 100개 이상의 체인과 1,900개 이상의 피드를 제공하는 기반이 되었다.
풀 모델의 진정한 위력은 2022년 LUNA/UST 붕괴 사태 때 실전에서 증명되었다. 당시 극도의 변동성 속에서 푸시 모델 기반의 체인링크는 결국 LUNA 피드를 중단시켜 여러 디파이 프로토콜에 손실을 입혔다.
반면, 피스는 풀 모델 덕분에 이 위기 상황에서도 중단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62%의 시간 동안 2초 이내, 88%의 시간 동안 20초 이내에 업데이트를 제공하며 실시간에 가까운 대응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우연이 아닌, 풀 모델의 구조적 우위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3.2 멀티체인 시대를 예견한 인프라 표준 확보
2021년 피스가 솔라나에서 처음 출시될 당시만 해도 대부분은 이더리움의 독주를 예상했지만, 피스 팀은 멀티체인 시대의 도래를 정확히 예측했다. 이 선견지명이 피스를 오늘날의 위치에 올려놓은 핵심 전략이 되었다.
2021년 말부터 이더리움 가스비가 폭등하자 사용자들은 아비트럼, 폴리곤, 아발란체 등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오라클은 이런 변화에 느리게 반응했다. 새로운 체인을 추가할 때마다 별도의 인프라 구축과 막대한 가스비 부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스는 풀 오라클 아키텍처 덕분에 새로운 체인을 추가하는 것이 훨씬 쉬웠다. 중앙에서 데이터를 집계한 후 각 체인으로 전달하는 구조이므로, 새로운 체인 추가는 단순히 새로운 '출구'를 하나 더 만드는 것과 같았다.
이 전략의 핵심에는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에 데이터를 전달하는 크로스체인 인프라, 웜홀(Wormhole)과의 파트너십이 있었다. 피스는 웜홀을 활용해 한 곳에서 집계한 데이터를 여러 체인에 동시에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구조는 개발자들에게 두 가지 혁신적인 가치를 제공했다:
· 일관성: 모든 체인에서 동일한 데이터 소스에서 나온 동일한 가격을 제공하여, 크로스체인 디파이의 안정성을 높였다.
· 개발자 경험: 개발자들은 한 번만 피스와 통합하면, 지원하는 모든 체인에서 동일한 데이터를 일관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체인마다 다른 오라클을 각각 통합해야 했던 악몽이 사라진 것이다.

이러한 편의성 덕분에 피스는 100개가 넘는 체인을 지원하게 되었고, 이는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와 진입 장벽을 만들며 사실상의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3.3 400ms 업데이트로 만든 독보적 영역
피스가 기술적으로 달성한 가장 인상적인 성과 중 하나는 400밀리초마다 가격을 업데이트하는 초고빈도 데이터 제공이다. 이는 단순히 '빠른 업데이트'를 넘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기존 오라클들은 가스비 때문에 보통 몇 분에서 몇 시간 단위로 가격을 업데이트했다. 이런 지연은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었다. 피스가 400ms 업데이트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풀 오라클 아키텍처(가스비 문제 해결)와 1차 데이터 소싱(중간 단계 지연 제거)이라는 두 가지 혁신의 시너지 덕분이었다.
이 속도는 피스의 데이터가 기관급 품질을 갖추게 된 핵심 기반이다. 전통 금융 시장에서 기관 투자자들은 밀리초 단위로 업데이트되는 데이터를 사용하는데, 피스의 400ms는 이 기준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것이 바로 코인베이스 같은 대형 거래소들이 자신들의 핵심 거래 시스템에 피스를 채택할 수 있었던 이유다.
더 나아가 피스는 단순 가격뿐 아니라, 해당 가격의 확실성을 나타내는 신뢰도 구간을 함께 제공하는 혁신을 선보였다. 시장이 혼란스러울 때는 이 구간이 넓어지면서, 프로토콜이 시장 상황을 고려해 더 안전한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다. 이런 정교함은 하나의 가격만 제공하던 기존 오라클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이다.
400ms 업데이트와 1차 데이터 소싱의 조합은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차별화 요소가 되었다. 기술뿐만 아니라 126개가 넘는 기관과의 파트너십, 그리고 수년간 축적된 운영 노하우가 결합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기술적 우월성이 피스를 '디파이 오라클'에서 '기관급 금융 데이터 인프라'로 진화시킨 핵심 동력이었다.
IV. 시장 위기 속에서 보여준 피스의 신뢰성
4.1 루나 사태: 피스는 계속 작동, 경쟁사는 서비스 중단
2022년 5월, 테라 생태계의 LUNA와 UST가 며칠 사이에 99.999% 이상 폭락하는 대지진이 암호화폐 시장을 덮쳤다. 금융 시장에서 거의 볼 수 없는 극단적인 변동성 속에서, 각 오라클들의 진짜 실력이 드러났고, 피스는 이 위기를 자신의 기술적 우월성을 증명하는 기회로 만들었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 가격 데이터를 정확히 제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거래소마다 가격이 다르고 일부는 거래를 중단하는 등, 어떤 가격이 '진짜'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체인링크는 결국 LUNA 가격 피드를 중단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공식적인 이유는 "시장 조건의 극단적 변동성과 낮은 유동성"이었고, 기술적으로는 가격이 0.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업데이트를 멈추는 '서킷 브레이커'가 작동한 것이었다. 잘못된 가격을 제공하기보다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판단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결정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LUNA를 담보로 사용하던 여러 디파이 프로토콜들은 가격 정보가 없어 청산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많은 프로토콜과 사용자들이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었다.
반면, 피스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서비스를 중단하는 대신, 더 정교한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피스의 핵심 전략은 '신뢰도 구간(Confidence Interval)'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평상시에는 좁았던 신뢰도 구간이 시장의 혼란이 커지자 동적으로 수십 퍼센트까지 확대되었다. 이는 다운스트림 프로토콜들에게 "현재 가격은 이러하지만, 불확실성이 매우 높으니 이 가격을 100% 신뢰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사용하라"는 명확한 경고 신호를 보냈다. 덕분에 프로토콜들은 더 보수적인 담보 비율을 적용하는 등 안전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피스의 성능은 데이터로도 입증되었다. LUNA 붕괴 기간 동안 피드는 한 번도 중단되지 않았으며, 62%의 시간 동안 약 2초 이내, 88%의 시간 동안 약 20초 이내에 가격 업데이트를 제공하며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데이터를 제공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실제 거래를 지속하던 1차 데이터 제공자들로부터 직접 데이터를 받아오는 피스의 아키텍처가 얼마나 우월한지를 증명한 사건이었다.
4.2 deUSD 디페그 사건에서 보여준 위기 대응력
2024년 5월, deUSD 스테이블코인이 디페깅되는 사건은 피스의 우월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정 커브 풀에서 발생한 대규모 MEV 봇 거래로 인해 deUSD 가격이 순간적으로 1.03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실제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 일시적인 가격 왜곡이었다.
이때 체인링크는 거래량 가중 평균가(VWAP)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 비정상적인 스파이크를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여 약 1.028달러라는 잘못된 가격을 보고했다. 이 잘못된 가격 정보는 아발란체 블록체인의 오일러 파이낸스에서 약 50만 달러 규모의 대규모 연쇄 청산을 유발했다. 사용자들이 실제 시장과 괴리된 가격 정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전형적인 '오라클 공격' 사례였다.
반면, 피스는 여러 1차 데이터 제공자들로부터 정보를 받아 교차 검증하고 이상치를 제거하는 정교한 집계 알고리즘 덕분에 커브 풀의 스파이크에 휘둘리지 않았다. 피스는 약 0.99달러 범위에서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했고, 대신 신뢰도 구간을 확대하여 시장 간 가격 괴리가 존재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피스의 안정적인 가격 제공 덕분에, 피스를 사용하는 프로토콜에서는 대규모 청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고, 이는 전체 시장의 안정성에도 기여했다.
4.3 시장 혼란이 가져다준 신뢰와 점유율 확대
LUNA 사태와 deUSD 디페그 사건은 피스에게 예상치 못한 선물이 되었다.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오라클 간의 성능 차이가 위기 상황 속에서 명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1차 데이터 소싱", "신뢰도 구간" 같은 개념들이 실제로 어떤 가치를 갖는지 시장이 직접 체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위기 대응 능력은 개발자 커뮤니티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른 오라클을 사용하다 문제를 겪었던 프로토콜들이 피스로 마이그레이션을 시작했고, "루나 사태 때 피스만 제대로 작동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
더 중요한 변화는 기관 투자자들의 주목이었다. 위기 상황에서의 안정적인 성능은 거액의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에게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코인베이스 같은 기관이 피스를 채택한 배경에는, 단순히 스펙이 아닌 실제 위기 상황에서 검증된 성능에 대한 신뢰가 있었을 것이다.
결국 위기 상황에서 입증된 신뢰성은 피스의 네트워크 효과를 가속화했다. 더 많은 사용자가 모이자 더 많은 데이터 제공업체가 참여했고, 이는 다시 데이터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강화했다. 이처럼 실제 돈이 오가는 상황에서 검증된 신뢰성은 돈이나 마케팅으로 살 수 없는 피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 우위가 되었다. 피스는 위기를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기회로 완벽하게 활용했다.
V. 생태계가 스스로 커지는 선순환 구조
5.1 데이터 제공자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효과
피스 성공의 핵심에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참여자들이 상호 의존적으로 성장하는 정교한 네트워크 효과 설계가 있다. 페이스북이나 우버 같은 단순한 네트워크 효과를 넘어, 데이터 제공자, 개발자, 사용자, 스테이커 등 여러 그룹의 인센티브를 모두 정렬시킨 복합적인 시스템이다.
피스는 각 참여자 그룹이 다른 그룹의 성공으로부터 직접적인 혜택을 받도록 설계했다. 그 중심에는 데이터 제공자(퍼블리셔)와 사용자 간의 관계가 있다:
· 더 많은 퍼블리셔 → 더 나은 데이터: 126개가 넘는 1차 데이터 제공업체들이 참여할수록 피스의 집계 알고리즘은 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가격을 만들어낸다. 이는 이상치(outlier) 제거 능력을 향상시키고, 개별 소스의 장애나 조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
· 더 나은 데이터 → 더 많은 사용자: 높은 데이터 품질은 자연스럽게 더 많은 개발자와 프로토콜을 끌어들인다. 현재 디파이 프로토콜의 60% 이상이 피스를 사용하는 이유도 데이터 품질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 더 많은 사용자 → 더 많은 수익: 더 많은 프로토콜이 피스를 사용할수록 전체 거래량이 늘어나고, 이는 더 많은 데이터 수수료 수익으로 이어진다.
· 더 많은 수익 → 더 많은 퍼블리셔: 늘어난 수수료 수익은 피스 DAO를 통해 퍼블리셔 보상으로 활용될 수 있어, 기존 퍼블리셔들의 참여 동기를 강화하고 새로운 퍼블리셔들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이 선순환 구조에서 스테이킹 메커니즘은 특별한 역할을 한다. 9억 5천만 개 이상의 PYTH 토큰 스테이킹은 단순한 투자를 넘어, 네트워크 보안과 품질 관리에 직접 참여하는 행위다. 스테이커들은 특정 퍼블리셔의 데이터 품질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며, 이는 퍼블리셔들이 높은 품질의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압박하는 효과적인 장치가 된다.
결과적으로 개발자 생태계 내에서도 강력한 자기강화 순환이 일어난다. 피스의 멀티체인 지원 덕분에 한 번의 통합으로 100개가 넘는 체인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점은 개발자들의 전환 비용을 극도로 높이며, 피스 생태계 내에서의 혁신을 가속화한다.
5.2 2,000개 이상의 가격 피드가 만든 높은 전환 장벽
피스가 구축한 2,000개가 넘는 가격 피드 생태계는 단순한 기능의 확장을 넘어, 경쟁사들이 뛰어넘기 어려운 거대한 전환 장벽이 되었다:
· 기술적 전환 비용: 다른 오라클로 전환하려면 단순히 API 주소만 바꾸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피스가 제공하는 '신뢰도 구간' 같은 독자적인 데이터를 활용해 리스크 관리를 하던 프로토콜은, 이 기능을 포기하거나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400ms 업데이트에 맞춰진 시스템을 몇 분 단위로 업데이트되는 오라클에 맞추는 것은 엄청난 기술적 부채를 유발한다.
· 운영적 전환 비용: 팀 전체가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 개발자들은 새로운 도구를 배워야 하고, 운영팀은 새로운 모니터링 및 알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지원 채널과 관계도 모두 새로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 데이터 호환성 문제: 현재 2,000개가 넘는 피드를 모두 지원하는 오라클은 피스가 유일하다. 미국 주식, 유럽 ETF, 아시아 지수, 원자재, 암호화폐 등 다양한 자산을 다루는 프로토콜이라면, 이 모든 자산의 가격을 제공할 수 있는 단일 대안을 찾기 어렵다. 여러 오라클을 조합하는 것은 시스템의 복잡성과 리스크를 크게 증가시킨다.
· 생태계 의존성: 많은 프로토콜이 피스 데이터를 기준으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한 프로토콜이 다른 오라클로 전환하면 생태계 내 다른 프로토콜과의 호환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5.3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어려운 규모의 경제
피스가 달성한 규모는 경쟁사들이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적 우위, 즉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냈다:
· 개발 비용의 분산: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을 1,900개 피드에 걸쳐 분산시킬 수 있어, 피드당 연구개발 비용이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다. 이는 지속적인 혁신 능력에서 큰 격차를 만들어낸다.
· 인프라 효율성의 극대화: 이미 구축된 크로스체인 인프라 덕분에 새로운 체인을 추가할 때의 한계 비용이 거의 0에 가깝다. 경쟁사가 비슷한 수준의 멀티체인 지원을 구축하려면 수년의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그사이 피스는 더욱 앞서 나간다.
· 퍼블리셔 관계에서의 협상력: 피스는 새로운 데이터 제공업체에게 "우리와 함께하면 즉시 100개 체인의 거대 생태계에 접근할 수 있다"고 제안할 수 있다. 이는 제한된 생태계만 제공할 수 있는 경쟁사에게는 불가능한 제안이며, 결과적으로 우수한 퍼블리셔들이 계속 피스를 선택하게 만든다.
· 검증된 브랜드 신뢰도: LUNA 사태 등 여러 위기 상황을 성공적으로 극복하며 쌓아온 신뢰도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이다. 기관 투자자나 대형 프로토콜들은 검증되지 않은 오라클을 사용하기를 극도로 꺼린다.
이 모든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결과는 피스가 제도권 데이터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는 완벽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경쟁 구도는 이제 '어떤 오라클이 더 나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피스 vs 나머지 전체'의 구도가 되었으며, 이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벌어지고 있다.
VI. 미래 시장을 먼저 선점한 포지셔닝
6.1 디파이부터 금융 데이터 시장까지, 단계적 시장 확장 전략
피스의 가장 뛰어난 전략적 판단은 단계별 확장 전략에 있다. 처음부터 모든 시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각 단계에서 얻은 경험과 신뢰도를 다음 단계의 발판으로 활용하는 영리한 전략을 택했다:
· 1단계. 디파이(DeFi) 시장에서의 기반 구축 (2021-2023): 피스는 규제가 적고 새로운 기술 도입이 빠른 디파이 시장을 '완벽한 실험장'으로 삼았다. 이곳에서 혁신적인 1차 데이터 소싱과 풀 오라클 아키텍처를 검증하고, LUNA 사태와 같은 극한의 변동성 속에서 위기 대응 능력을 입증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제인 스트릿, 버투 같은 126개 이상의 1차 데이터 제공업체들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한 것이다.
· 2단계. 트레드파이(TradiFi)로의 자연스러운 확장 (2023-2024): 디파이에서 입증된 성능은 전통 금융(TradFi)으로의 자연스러운 진화를 이끌었다. RWA(실물자산) 토큰화 트렌드가 부상하며 전통 자산의 온체인 가격 데이터 수요가 급증했을 때, 피스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600개 이상의 미국 주식, 100개 이상의 글로벌 ETF, 주요 지수 등으로 커버리지를 확장하며 코인베이스와 같은 주요 기관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는 피스가 '디파이 전용 오라클'을 넘어 '기관급 데이터 인프라'로 인정받기 시작했음을 의미했다.
· 3단계. AI 에이전트 시대의 선도자 (2024-2025): 가장 흥미로운 점은 피스가 AI 에이전트 시대를 미리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AI 에이전트는 24시간 활동하며 밀리초 단위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수백 개의 자산을 동시에 모니터링한다. 이들에게는 높은 빈도의 업데이트, 프로그래밍 가능한 인터페이스, 포괄적인 자산 커버리지가 필수적이다. 피스의 400ms 업데이트, API 우선 설계, 무허가 접근성은 이러한 요구사항을 완벽하게 충족한다. SendAI, ElizaOS 같은 AI 에이전트 플랫폼들과의 통합은 피스가 미래의 데이터 소비 주체에게 이상적인 선택지임을 보여준다.
· 4단계. 전통 금융 데이터 시장 진출 (미래): 피스 네트워크의 기여자인 도우로 랩스(Douro Labs)가 발표한 로드맵에 따르면, 피스는 기관투자자 전용 시장 데이터 구독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블룸버그나 리피니티브 같은 기존 전통 금융 데이터 제공업체와의 직접적인 경쟁을 의미한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계획이지만, 이는 피스가 진정한 '글로벌 가격 데이터의 핵심 인프라'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존 데이터 제공업체에게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은행, 기관투자자, 금융회사들에게 더 효율적이고 투명한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피스는 암호화폐와 디파이를 넘어 전 세계 모든 금융 시장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이 네 단계는 서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앞선 단계의 성공이 다음 단계 확장의 발판이 되는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6.2 블록체인 시장 변화를 미리 내다본 전략적 타이밍
피스의 성공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은 시장 변화를 예측하는 탁월한 능력이다. 피스는 여러 차례 시장의 변화를 미리 예상하고 준비함으로써 결정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 멀티체인 시대 예측: 2021년 대부분이 이더리움의 독주를 예상할 때, 피스는 이더리움의 구조적 한계가 결국 멀티체인 생태계의 부상으로 이어질 것을 예측했다. 이를 바탕으로 처음부터 멀티체인을 염두에 둔 확장 가능한 아키텍처(풀 모델 + 웜홀)를 설계했고, 실제로 멀티체인 시대가 도래했을 때 경쟁사들이 고전하는 동안 빠르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 RWA 토큰화 트렌드 포착: 2023년 초, RWA가 아직 실험적 개념일 때 피스는 이 트렌드가 주류가 될 것을 보고 전통 금융 자산 피드를 미리 추가하기 시작했다. 2024년 RWA가 본격적으로 부상했을 때, 피스는 이미 가장 포괄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장의 리더가 되어 있었다.
· AI 에이전트 시대에 대한 선견지명: 마찬가지로 AI 에이전트가 금융 시장의 중요 행위자가 될 것을 예상하고, 이들의 요구사항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API 우선 설계와 무허가 접근 방식을 미리 준비했다.
· 기관 대상 B2B 데이터 사업 진출: 로드맵에 따르면, 피스는 기관투자자 전용 구독 서비스를 통해 블룸버그, 리피니티브 같은 기존 데이터 제공업체들과 직접 경쟁할 계획이다. 이는 수백억 달러 규모의 전통적인 금융 데이터 시장 진출을 의미하며, 성공할 경우 온체인을 넘어 전체 금융 데이터 생태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피스의 시장 타이밍 전략은 '준비된 기회주의'라 할 수 있다. 시장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기술과 파트너십을 준비하되, 시장이 실제로 변하는 완벽한 시점에 맞춰 실행하는 절묘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6.3 500억 달러 데이터 산업에서 글로벌 가격 레이어로 자리잡기
피스가 달성한 가장 중요한 성과는 단순히 '더 나은 오라클'이 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가격 레이어' 라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를 창조하고 그 중심에 자리 잡은 것이다.
피스의 차별성은 "오라클 시장"과 "금융 데이터 시장"이 별개가 아니며, "정확한 실시간 가격 정보"라는 하나의 본질을 공유한다는 것을 보여준 데 있다. 이러한 시장 재정의를 통해 피스는 자신의 경쟁 상대를 체인링크가 아닌 블룸버그나 리피니티브로 격상시켰고, 이들과의 경쟁에서 독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기존 금융 데이터 제공업체와 비교했을 때 피스의 차별점은 명확하다:
· 접근성: 연간 수만 달러의 고정 구독료가 아닌, 사용한 만큼만 지불하는 합리적인 가격
· 투명성: 데이터 소스와 집계 방법을 공개하지 않는 블랙박스 방식이 아닌,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검증되는 구조
· 혁신의 속도: 새로운 자산 추가에 몇 달이 걸리는 기존 업체들과 달리, 며칠 내에 추가 가능
· 프로그래밍 가능성: 정해진 형태로만 사용 가능한 데이터가 아닌,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API 우선 설계
이러한 차별점들은 피스가 추구하는 '글로벌 가격 레이어'라는 비전의 핵심이다. 이는 전 세계 모든 자산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제공하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다.
이 포지션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방어된다. 더 많은 사용자가 더 많은 데이터 제공업체를, 더 많은 제공업체가 더 나은 품질을, 더 나은 품질이 다시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선순환이 이미 압도적인 규모(126개 퍼블리셔, 1,900개 피드, 101개 체인)에서 작동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이 모든 것을 동시에 따라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특히 피스가 선점한 완벽한 시장 타이밍은 다시 오지 않는다. 결국 피스는 '성공한 오라클'을 넘어 '새로운 금융 인프라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으며, 이 포지션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Ⅶ. 결론
7.1 성공 요인들이 만든 시너지 효과
피스의 성공을 한 가지 이유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1차 데이터 소싱, 풀 오라클 아키텍처, 멀티체인 전략, 정교한 인센티브 설계 등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요소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작동한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며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1차 데이터 소싱 전략은 풀 오라클 아키텍처가 없었다면 확장 불가능했을 것이다. 126개 퍼블리셔로부터 실시간 데이터를 받아 400밀리초마다 업데이트하는 것을 기존의 푸시 방식으로 구현했다면 천문학적인 가스비 때문에 지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풀 오라클 아키텍처 역시 고품질의 1차 데이터가 없었다면 그저 그런 기술적 대안에 머물렀을 것이다. 둘의 결합이 비로소 '기관급 품질의 데이터를 저비용으로 제공'하는 혁신을 가능하게 했다.
멀티체인 전략은 이 두 가지의 가치를 극대화했다. 100개가 넘는 체인에 동일한 고품질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개발자들에게 강력한 가치 제안이 되었고, 이는 사용량 증가로 이어져 퍼블리셔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하는 선순환을 강화했다.
마지막으로 정교한 인센티브 설계는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고리였다. 오라클 무결성 스테이킹은 퍼블리셔들이 고품질 데이터를 제공할 강력한 동기를 부여했고, 사용량 기반 수수료는 실제 가치 창출과 보상을 직접 연결했다.
결과적으로 각 요소가 다른 요소들의 효과를 키우는 상호 증폭 구조가 완성되었다. 이것이 바로 피스가 단기간에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다.
7.2 오라클과 데이터 시장의 미래, 그리고 피스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
피스의 성공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시장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준다.
· 오라클 시장의 진화: 기존 오라클 시장은 '블록체인을 위한 데이터 전달 서비스'라는 제한된 정의를 벗어나고 있다. 피스의 사례는 오라클이 단순한 유틸리티를 넘어 핵심적인 금융 인프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앞으로 오라클 시장은 데이터 품질, 실시간성, 투명성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며, 이 모든 영역에서 피스는 선도적 위치에 있다.
· 전통 데이터 시장에 대한 도전: 연간 500억 달러 규모의 전통 금융 데이터 시장은 수십 년간 블룸버그, 리피니티브 등 소수 업체들의 독과점 체제였다. 하지만 피스의 로드맵에 따른 기관 대상 구독 서비스는 이 구조에 균열을 내고 있다. 무허가 접근, 사용량 기반 가격, 실시간 업데이트, 프로그래밍 가능성 등은 기존 업체들이 제공하기 어려운 강력한 가치들이다. 이러한 오프체인 구독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피스 DAO로 유입되어 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피스는 디파이 시장을 계속 서비스하면서도 동시에 전통 금융 기관들에게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피스의 경쟁력은 여러 겹으로 쌓인 깊은 해자 덕분에 지속 가능하다. 가장 먼저 기술적 해자가 있다. 1차 데이터 소싱과 풀 오라클 아키텍처를 독창적으로 결합한 이 구조는 경쟁사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핵심 기술력이다.
두 번째는 네트워크 해자다. 126개 퍼블리셔, 101개 체인, 2,000개 이상의 가격 피드라는 압도적 규모의 생태계는 그 자체로 강력한 진입 장벽 역할을 한다. 새로운 경쟁자가 이와 비슷한 규모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시장 포지셔닝 해자가 있다. 피스는 '오라클'과 '금융 데이터 제공업체'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했다. 이로 인해 경쟁자들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시장에서 동시에 경쟁해야 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피스의 성공은 하나의 비즈니스 케이스를 뛰어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금융 데이터 산업 전체가 소수 업체의 폐쇄적 독점 구조에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개방적 구조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이런 변화의 궁극적 수혜자는 전 세계 개발자, 트레이더, 금융기관들이다. 피스는 이들에게 과거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수준의 데이터 접근성을 제공한다. 그 결과 더 투명하고 효율적인 금융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는 피스가 하나의 프로토콜을 넘어 금융 인프라의 새로운 표준이 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